1Q84
1Q84 2
무라카미 하루키 지음, 양윤옥 옮김 / 문학동네
나의 점수 : ★★★★


"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실증 가능한 진실 따위는 원하지 않아. 진실이란 대개의 경우, 자네가 말했듯이 강한 아픔이 따르는 것이야. 그리고 대부분의 인간은 아픔이 따르는 진실 따윈 원치 않지.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건 자신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의미있게 느끼게 해주는 아름답고 기분 좋은 이야기야. 그러니 종교가 성립되는 거지."


몇개월 째 심난하다. 하던 일을 그만두기 위해서 필요한 작업이 지체되면서 심난함이 더해간다. 지금 소설책 보고 있을 여유는 없지만, 아무 것도 손에 안잡히는 상황에서 멍하니 있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서 오랜만에 나온 하루키의 새 책을 보게 됐다.

책은 나름 두꺼운데 순식간에 보게 된 느낌이다. 이 정도 두께면 어느 정도 지겨워질 만한 부분도 있기 마련인데 그럴 틈도 없이 다 보게 된 것 같다. 역시 독자를 몰입시키는 능력의 탁월함을 인정할 수 밖에.

근데, 다보고 나서는 뭔가 아쉽다. 의외의 소재와 긴박한 진행과는 어울리지 않게 결말이 좀 싱겁다고 해야 하나. 일을 잔뜩 벌여놨지만 수습이 어쩐지 제대로 안 된 듯한 느낌.

그리고 전체적으로 어딘지 익숙하다는 점이다.
후카에리는 '해변의 카프카'의 어눌한 할아버지(나카타 상)를,
리틀 피플은 '양을 쫓는 모험'의 양을,
후카에리의 아버지는 양을 삼킨 쥐를,
두 개의 달이 떠있는 1Q84년의 세상은 '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'의 세계의 끝을 연상시킨다.

작가 한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. 
그럼에도 불구하고, 이 책은 내 마음에 휴식과 여유를 주었다. 고맙게 생각한다.
by 데마 | 2009/10/24 20:57 | 독후감 | 트랙백 | 덧글(2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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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stark at 2009/11/02 14:59
오쿠다 히데오의 단편집 중에 한 소설가의 얘기가 나오는데, 그 친구는 먼 얘기를 쓸 때마다 '이거 예전에 내가 썼던거 같은데'라고 의심을 하면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더군. 지적한대로, 소설가 개인이 써내려갈 수 있는 소재나 관념은 분명 한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해. 그렇지만, 그래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작가는 별로 없지 않으까 싶기도 하고. 그리고 내가 기억하기로는 하루키 소설은 언제나 결론이 제대로 내려진 적이 없는듯 싶은데 말이야. 흐흐.
Commented by 데마 at 2009/11/03 12:26
결론 부분이 대체로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이 정도의 느낌은 아니었을걸.. 처음엔 후속편을 내려고 일부러 이랬나,고 생각해보기도 했는데.. 그렇다고 해도 역시 아쉽더라구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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