아발론 연대기 - 전8권 세트장 마르칼 지음, 김정란 옮김 / 북스피어 나의 점수 : ★★★ 위대한 문학 - 모든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- 은 인간의 가장 깊은 무의식에게 말을 건다. 그 작품들은 기억의 특별한 기법의 도움을 받아, 구체적인 형태로 논리적 인식의 문턱까지 감히 떠오르지 못하는 깊은 감정을 표현한다. 서사시와 위대한 신화도 마찬가지이다. -- 장 마르칼 그리스 신화를 보면서 신화의 매력에 어느 정도 빠져있긴 하다. 다른 종류의 신화에 대한 관심이 자연히 생기게 됐는데, 그러다가 문득 발견한 이 책들은 어쩐지 눈에 확 띄었다. 여간해서는 책을 한꺼번에 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, 8권을 박스채 사버렸다. 2권 짜리 소설도 보통 한꺼번에 주문하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예외적이었다. 아더왕이나 원탁의 기사들, 성배 탐색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 잠깐 등장한 적은 있지만,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이야기였기에 더 호기심이 발동했을 지도 모른다. 게다가 북유럽 신화라는 낯선 영역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. 아마도 기원후 6세기쯤 실존했던 것 같은 '아더'라는 기사에 대해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에 북유럽 신화의 잔존물들을 섞어서 중세의 여러 작가들이 쓴 글들을, 이 책의 저자 장 마르칼이 집대성하여 엮어낸 것이 바로 이 '아발론 연대기'다. 전체적으로 수려하게 씌여져 있긴 하지만, 아무래도 원본들의 다양한 요소들이 눈에 띄게 툭툭 튀어나오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던(아니, 일부러 막지 않았던) 모양이다. 그만큼 이야기의 색깔이 다양하다. 아쉬운 것은, 대부분의 원저자들이 기독교적 시대배경을 거스를 수 없었던 때에 기술하였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기독교적인 도덕이나 가르침에 합당하게 씌여져 있다는 것이다. 따라서 그 이전에 이 이야기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미루어 짐작하거나 뒤집어 생각하는 방식이 아니면 파악하기 곤란하다. 저자와 역자가 그 부분에서 나름 분투하였지만, 내 느낌으로는 아무래도 역부족이 아니었던가 싶다. 하지만, 이런 희귀하고도 황당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만족한다. 성배 탐색에 대한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본 것도 좋았고, 기독교에 느닷없이 등장한 성모 숭배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이해가 되었다. 덧붙여, 이 책은 유난히도 만드는 데 참여한 분들의 정성이 드러난다. 거의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할 정도이다. 저자나 역자의 노고는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고, 책의 편집이나 디자인 등 모든 부분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. 그리고, 사실 1권을 보고 나서는 이야기들이 좀 조잡하고 유치한 듯 하여 실망스럽긴 했는데, 1권 끝부분에 역자의 글 중 아래 인용한 부분을 보고 나서 계속 볼 수 있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. (물론 책의 내용은 후반으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진다.) 신화는 지극히 조잡하며 동시에 지극히 숭고하다. 그것은 두 가지 의미에서 인간의 극단을 드러낸다. 그것은 인간의 영혼이 그렇듯이 한없이 유치하고 야만적인가 하면, 지극히 숭고하고 아름답기도 하다. 어느 한쪽만이 인간이 아닌 것이다. 우리는 짐승이며 동시에 천사이다. - 김정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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